익산 다꿈 청소년자치기구의 대표 청소년들은 지난 8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달그락 청소년 상상캠프에 참여했습니다. 상상캠프에서는 지역 현안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 활동 등을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캠프는 코로나로 인해 2020년~2021년에만 진행되지 못했고, 매년 환경, 인권 등을 주제로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캠프를 기획하고 진행, 참여해왔습니다. 올해는 ‘평화’를 주제로 서울과 철원 일대에서 캠프가 진행되었습니다.
첫 날 오전에는 서울 전태일 기념관, 전태일 열사 분신터, 평화시장 일대 등을 방문했습니다. 청소년들은 기념관의 활동가 선생님들을 통해 노동권과 노동인권 운동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태일 열사의 희생이 있기 전에는 노동자들이 사람 취급도 받지 못했다는 것과 그의 희생으로 노동권이 개선되었다는 것, 노동 근로계약서 등이 대단히 힘들게 만들어졌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열사의 분신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참여 활동들에 대해 고민, 토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리스타 자치기구 다꿈다방의 김민재 청소년은 배달기사 등 노동기준법에 포함되지 않는 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용들이 노동법 조항에 추가되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의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두 번째 날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오전에는 평화학 박사이신 국경선 평화학교 정지석 교장 선생님의 평화 강의가 있었고, 오후와 저녁, 밤에 이르기까지는 DMZ 평화투어, 평화 골든벨, 팀별 토론 및 발표 활동이 진행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평화의 정의 및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대해 청소년들과 소통 및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피스메이커,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될 수 있다.’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시면서 평화를 실천하는 시민이 되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친후 청소년들은 DMZ평화투어로 제2땅굴, 철원평화전망대, 월정역사를 방문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현재 발견된 땅굴은 총 4개가 있는데, 우리는 철원에 위치한 제2땅굴을 방문했습니다. 제2땅굴은 북한 군인들이 남침을 위해 판 땅굴인데, 갈등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땅굴을 걷다 보면 군사분계선의 300M 앞까지 걸어갈 수 있었는데, 청소년들은 나중에는 꼭 육지로도 걸어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철원평화전망대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주요 접전지들을 바라보고 희생자 등의 역사적 기록을 들으며 다시 한번 평화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월정역사는 예전에 서울과 원산을 잇는 철도와 역이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철도가 끊겨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곳입니다. 총탄을 맞은 기차의 잔해와 철길만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곳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이 함께 만든 ‘평화의 종’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전쟁의 흔적을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한편으로는 평화를 기원하며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평화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참여 청소년들은 저녁식사 후 잠깐의 휴식을 가진 다음 자유롭게 평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평화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학교에서 폭력을 방관하지 않겠다.’, ‘나의 욕구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갈등을 조절해 보겠다.’는 다짐 등이 나왔습니다. 또한 공동체에서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평화에 대해 공부하고, 자치활동에 적용하는 것’ 등이 필요하겠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에서 ‘평화에 대한 콘텐츠 및 캠페인 등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리기’, ‘평화와 관련된 기사 기고하기’ 등을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달그락 청소년 상상캠프 3일차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팀별로 또는 각자가 걷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유네스코 지정 지질 공원인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오리산의 용암으로 인해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현무암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걷는 것과 평화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약 4km(도보로 1시간 30분 내외 소요)의 오르락 내리락 코스를 걸으며, 청소년들은 자기 체력의 한계에 도전했습니다. 그런 과정 가운데 내적인 평화를 느끼고 나를 다스려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옆과 앞뒤에 있는 또래, 활동가, 선생님들과 캠프 동안 배우고 깨달은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땀이 나는 사람에게 자신의 미니 선풍기를 함께 나누어 사용하고, 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청소년에게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화이팅을 외쳤습니다. 사랑의 나눔이 힘든 과정 속에 있었고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의 평화를 느꼈습니다.
청소년들은 힘든 순간이나, 자칫 불편한 말이 나오려고 할 때, 평화를 지키자! 라는 한마디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삶 속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청소년들이었습니다. 마침내 도보 코스의 도착 지점에 도달했을 때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며 스스로를 대견해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걸으며 평화에 한 발짝 닿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화 속에는 계속 평화 라는 단어가 사용되어지고 있었습니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는 우리들은 평화에 닿는 걸 넘어서 그렇게 물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화에 물든 우리는 이제 우리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 곳곳을 평화의 다양한 색깔로 물들이는 데 여러 노력들을 할 것 같습니다. 노력의 변화들이 다꿈과 익산 지역사회에 어떻게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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