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화면이 끊겼다. 상대방의 말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10분 가량 재접속도 해보고, 이어폰도 교체해보았다. 기적적으로 최종 평가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6월 첫 모임 때가 오버랩되었다. 당시에도 불안전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모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모든 게 잘 풀렸다.
익산 다꿈과 네팔 홀리차일드스쿨의 청소년들은 지난 6월부터 약 7개월 동안 국제 교류활동YSD-Maker에 참여했다. 최소 월 1회 줌(ZOOM) 모임을 가졌고, 8월 이후부터는 각 나라의 지역사회에서 문제 탐색, 해결을 위한 활동 등을 진행했다. 약 7개월간 온오프라인에서 15회 내외의 다양한 활동(세계시민성 교육, 회의, 발표와 토론, 인터뷰, 캠페인 활동, 교육 진행 등)이 존재했다.
6월 오리엔테이션과 키워드 자기소개,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한 안내, 활동 과정에 대한 발표와 질문, 토론이 줌을 통해 이루어졌다. 오프라인에서는 2~3개 팀으로 나뉘어져 지역 환경 오염, 유해 물질, 물 부족과 하수 처리, 여성 인권 등에 대한 주제로 문제를 탐색했고, 각자 할 수 있는 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시도해보았다.
약 7개월 동안 한국 청소년들은 활동을 통해 무엇이 잘 되었고, 바뀌었으며, 흡연 문제 등이 줄었는지에 대해 엔젤(Angel)이 질문했다. 획기적이거나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지만, 중요한 건 우리 스스로는 관련 주제나 내용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계속해서 이런 활동들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최종 평가회는 지난 활동들을 간단히 살펴본 후, 각자가 느낀 변화와 소감에 대해 발표하고, 서로 피드백하는 시간이었다. 구체적으로 개인, 공동체, 지역사회에 어떤 변화들이 나타났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많은 참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활동 1팀의 진영준 청소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탐색하다가 익산 장점마을의 환경 오염 문제까지 알게 되었고, 이 과정 가운데 주민들의 삶과 지역사회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2팀의 조하은 청소년은 한국과 네팔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인지하게 되어 좋았다고 했다. 지역사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며 네팔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 역시 좋았다고 말했다.
네팔의 청소년들은 YSD-Maker 활동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말할 수 있는 공간(space)을 주었다고 표현했다. 직접 지역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활동에 대한 발표를 들으면서 어떻게 하면 될지에 대해 아이디어도 얻게 되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 나가 활동을 하면서, 관계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였다. 네팔의 청소년들은 금번 활동을 통해 한국과 네팔 간, 네팔 안에서 지역사회 사람들과 우정을 맺게 되어 좋았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 뿐 아니라, 네팔의 청소년들은 YSD-Maker 활동을 통해 사회적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돕거나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행위를 가져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역사회의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어린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고, 내년에 이 활동을 또 하게 된다면 월 2회 정도 줌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올 한 해 통역과 네팔 청소년 지도로 참여했던 샤히 교장 선생님은 이런 소감들을 밝혔다. 단순한 참여로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YSD-Maker 활동을 통해 주도권을 개발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팀으로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청소년 리더들은 구체적인 목표와 기술을 더욱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활동3팀으로 함께 참여했던 한선영 선생님은 한국과 네팔 청소년들의 활동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달에 1회 이상 만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제안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엄병준 청소년은 문화적인 활동을 조금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고, 게임 등으로 친해지는 시간이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재 청소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역 문제를 알게 되어 좋았고, 즐겁고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고 했다.
엔젤과 아비샤도 자신있게 자기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엔젤은 YSD-Maker를 통해 많은 활동을 해서 행복했고, 한국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다고 했다. 한국 청소년들은 똑똑했고, 많이 배워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소통을 조금 더 원했는데 스마트 기기 보급 등이 원활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아비샤는 YSM-Maker를 통해 한국 청소년들이 어떻게 공부하고 활동하는지, 한국의 문화는 어떤지에 대해 배웠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근감이 더해졌다. 한국 청소년들이 PPT를 너무 잘 만들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자신들도 그런 내용들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의 활동을 보면서 네팔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약속된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는데 모두 계속 화면에서 떠나지를 못했다.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였다. 내년에는 더 많이 만나는 시간을 만들자고, 한국에서 네팔 방문을 위해 노력해보겠다고 말하며 줌 미팅을 종료했다.
공식적으로 활동은 종료되었지만, YSD-Maker에 참여했던 한국과 네팔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의 문제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며, 긍정적인 변화의 주체로서의 삶은 계속 펼쳐나갈 것 같다. 우리들은 변화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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